《 조각보 》 01
이케바나 하우스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저널, #jogakbo 는 작은 천 조각들을 모아 만물을 감싸는 하나의 조각보를 만들었던 선조의 지혜로운 삶을 계승하여, 다채로운 관점의 조화와 깊은 취향의 다양한 면면을 제안합니다.
첫 번째 큐레이션,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〈이웃집 토토로〉(1988) 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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슬픔을 외면하는 것은 어른만이 지닌 특징 같습니다. 아이는 기쁘면 웃고, 슬프면 웁니다. 그러나 어른은 지금 겪는 이 감정이 슬픔답지 않다고 여기며 감정을 죽입니다. 당장 우리 앞에 놓인 책임이 방대하기 때문일까요. 슬픔을 죽이는 게 편하다고 생각해서 일까요. 이유가 어떻든 어른이 된 우리는 자주 슬픔을 죽입니다. 그리고 자주 저마다의 잣대로 타인의 이야기를 평가합니다. 이 이야기는 이래서 슬플 수 없고, 저 이야기는 이래서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생각합니다.
그러나 외면한다고 해서 슬픔이 사라지는 것일까요? 내면 깊숙한 어딘가에서 엉엉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문득 있진 않나요? 미야자키 하야로의 영화 <이웃집 토토로>(1988)를 보고 울었다는 어른들이 많습니다. 유년의 자신을 주인공들에게 대입 했다면서요. 의아한 일입니다. 언니 사츠키와 동생 메이가 다툰 뒤 메이가 가출하게 되어 겪는 일이 영화에서 제시된 사건의 전부이기 때문입니다. 어른이 되어 겪는 다양한 문제들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를 보고 서 왜 우린 우는 것일까요.
유년의 아주 작은 이야기에서 과거의 자신을 보았기 때문은 아닐지. 혹은 책임의 무게 에 짓눌려 작은 것 앞에서도 울지 못하는 자신을 문득 마주해서 우는 것은 아닐지 짐작해봅니다. 만약 감정 앞에 단념한다면, 부디 울어주길 바랍니다.
Edtitor : 우현범 (@gusqka)